같은 얼굴이어도 복원과 재연은 달라요
오래된 필름의 먼지와 긁힘을 줄이고 흔들림을 안정화하거나, 남아 있는 윤곽을 바탕으로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은 기존 기록을 읽기 쉽게 만드는 복원에 가까워요. 반대로 배우가 실제로 짓지 않은 표정이나 말하지 않은 대사의 입 모양, 촬영되지 않은 고개 움직임을 AI로 만들면 과거 기록을 정비하는 작업이 아니라 현재 제작진이 만든 합성 장면이 돼요.

| 화면에서 한 작업 | 기록에 가까운가 | 표시할 핵심 내용 |
|---|---|---|
| 먼지·스크래치 제거, 밝기와 흔들림 보정 | 대체로 복원 | 사용한 원본과 주요 보정 범위 |
| 손상된 일부 프레임을 앞뒤 실제 프레임으로 보간 | 복원과 추정의 경계 | 보간 구간과 방법 |
| 흐릿한 눈·입의 세부를 AI가 추정해 생성 | 창작적 추정이 포함된 복원 | 세부가 원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 |
| 없던 표정·대사·몸짓을 생성 | 새로운 합성 연기에 가까움 | AI 생성 장면이라는 사실과 창작 책임자 |
| 다른 배우의 연기에 옛 배우의 얼굴을 합성 | 대역 연기와 디지털 합성 | 실제 연기자, 얼굴 합성, 음성 합성 여부 |
이 구별은 ‘AI를 썼는가’만으로 정할 수 없어요. 한 장면에도 먼지 제거처럼 기록을 보존하는 처리와 사라진 입 모양을 새로 만드는 처리가 함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작품 전체를 단순히 ‘복원판’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작업별로 범위를 밝혀야 해요.
더 선명한 화면이 더 정확한 기록일까요?
AI 업스케일링은 흐릿한 픽셀 사이를 그럴듯하게 채울 수 있지만, 그 세부가 촬영 당시 필름에 실제로 기록돼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결과가 자연스러울수록 관객은 추정된 주름이나 눈빛, 표정을 원래 배우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요. 기술적 완성도와 역사적 증거의 강도는 서로 다른 문제예요.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보존 지침은 보존·복원 작업이 창작자의 의도를 넘어 기록을 왜곡하거나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해요. 디지털 사본은 원래의 물리적 기록물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구별해요. AI로 복원할 때도 원본과 가공본을 함께 보존해야 하는 이유예요. UNESCO 세계기록유산 보존 지침
한국의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도 문화유산 보존의 기본원칙으로 원형 유지를 제시해요. 다만 이 조항이 모든 옛 영화나 배우 영상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에요. 해당 영상이 법률상 지정·등록된 문화유산인지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져요. 일반 영상 복원의 법적 허가 기준이라기보다는 기록의 가치를 판단할 때 참고하는 보존 원칙으로 보는 편이 정확해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문화유산보호 기본원칙
필름의 얼룩과 녹음 잡음도 제작 환경과 매체의 흔적을 담을 수 있어요. 무엇을 지울 때 정보까지 사라지는지 더 알고 싶다면 옛 음반의 잡음까지 보존하는 이유를 함께 읽어볼 수 있어요.
배우의 얼굴뿐 아니라 실제 연기도 보호받아요
옛 영상을 이용할 때는 영상 저작권만 확인하고 끝낼 수 없어요. 배우가 남긴 실제 연기에는 실연자의 권리가 관계될 수 있어요. 현행 저작권법은 실연자에게 이름을 표시할 권리와 실연의 내용·형식이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할 권리를 인정해요. 저작권법 제66조의 성명표시권과 제67조의 동일성유지권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예요.
하지만 AI가 새로 만든 표정이 곧바로 고인이 생전에 한 ‘실연’이 되지는 않아요. 기존 연기의 일부를 바꾼 것인지, 별도의 합성 장면을 만든 것인지에 따라 검토할 권리와 계약 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요. 저작권법상 실연자의 인격권은 실연자에게 일신전속된다는 규정도 있어요. 고인의 얼굴을 사용하면 언제나 유족이 같은 권리를 행사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돼요. 작품·실연·음원·원본 필름의 권리자와 생전 계약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해요. 저작권법 제68조를 포함한 현행 법령
초상 이용은 별도로 살펴봐야 해요. 대법원은 식별 가능한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을 촬영·공표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초상권으로 설명했어요.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당초 허용된 공표 범위를 벗어나면 다시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다만 이 판결은 생존한 촬영 당사자의 사진 이용 사건이어서 사망한 배우의 AI 재현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고인의 권리 문제는 생전 계약, 상속된 재산권, 사용 국가의 법과 구체적인 이용 방식까지 따로 검토해야 해요. 대법원 2021다219116 판결 요지
관객에게 생성 범위를 알려야 해요
“AI로 복원했습니다”라는 한 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무엇이 실제 촬영 정보이고 무엇이 제작진의 추정인지 관객이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아래처럼 층위를 나누어 표시하면 작품 감상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기록과 창작을 구별할 수 있어요.

- 작품 시작이나 종료 자막에는
원본 필름의 손상 제거·안정화에 AI 사용처럼 작업 범위를 적어요. - 새 표정이나 움직임이 들어간 장면에는
원본에 없는 얼굴 움직임을 생성했다고 밝혀요. - 대역 배우가 연기했다면 실제 연기자의 이름과 얼굴 합성 여부를 함께 표시해요.
- 음성까지 만들었다면 원음 복원, 성우 대역, AI 합성을 각각 구분해요.
- 보존기관은 가공 전 원본, 복원 과정과 사용 모델·설정, 최종본을 서로 연결해 남겨요.
이 표시법은 권장 예절에 그치지 않아요. 2026년 시행 중인 한국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제31조는 생성형 AI 결과물의 표시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 음향·이미지·영상에 대한 명확한 고지 또는 표시를 규정해요.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은 감상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시할 수 있어요. 다만 구체적인 의무 주체와 예외는 서비스 제공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인공지능기본법 제31조
옛 배우의 얼굴을 되살린 화면을 하나의 이름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워요. 원본에 남아 있던 정보를 드러낸 부분은 복원 기록이에요. 증거가 없는 표정과 행동을 채워 넣은 부분은 오늘의 제작진이 만든 해석 또는 새로운 연기예요. 두 부분을 나누어 설명하고 원본까지 함께 남기면 AI는 과거를 대신 쓰는 기술이 아니라 과거를 더 잘 읽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이 글의 법령·공식 자료 검토 기준일은 2026년 9월 5일이에요. 개별 작품의 권리관계에 관한 법률 자문이 아니라, 복원본을 분류하고 표시할 때 확인할 일반 기준을 설명한 글이에요.
